#4. 토목 노가다의 거친 손끝에서 나온 예술, 9cam

2년만에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쓴다. 오늘도 더벤처스가 인큐베이팅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를 소개하려 하는데, 2년만에 글을 쓰려고 예전 글들을 돌이켜 보니 기분 좋은 징크스가 하나 있다. 2년전 글들에서 소개했던 막 창업했던 3개 팀들이 이제 모두 괄목상대할 기업이 되었고, 그 중 파킹스퀘어셀잇은 올초와 작년에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인수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좋은 징크스라 생각하고 더 자주 소개 글을 올려야 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오늘 소개할 이는 9cam(나인캠) 이라는 서비스를 만드는 박남규 대표라는 ‘장인’ 인데, 돌이켜 보면 내가 작년에 이 분을 처음 만나서 매력의 덫에 걸려버렸던 상황이 예전에 파킹스퀘어의 김태성 대표를 만나 바로 투자를 결정했을 때와 데자뷰가 되기도 한다. 학벌이 아닌 뼛속 깊은 내공으로 승부하는 분들이라는 점, 자신이 하는 사업 분야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다른 누구도 가지지 못한 유니크한 스킬셋을 가진 분들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역경의 인생 스토리도 묘하게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다. (참고로 박남규 대표는 더벤처스와 인연을 맺은 대표님들 중 과거 사업을 하며 가장 고생을 많이 하신 분으로 랭킹 1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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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대표는 카메라 앱을 만드는 장인이다. ‘전문가’ 라는 단어의 그릇에 박남규라는 사람을 담을 수 없기에 ‘장인’ 이라 칭하는 것이다.

박남규 대표는 작년에 더벤처스를 찾아오기 전, 이미 5년에 걸쳐 50 여개의 아이폰 카메라 앱을 런칭하여 누적 4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사람이다. 놀라운것은 무료앱이 아닌 유료앱만을 고집해왔기에 이 4백만이라는 숫자가 유료앱으로만 달성한 기록이라는 것이다. 박남규 대표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나와 문지원 대표는 박남규 대표가 과거에 만들었던 수십개의 앱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았다. 미팅 도중 다음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게 된 문지원 대표가 먼저 일어나며 내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이 정도로 뽑아내는 사람, 디자인 전공자들 중에도 잘 없어. 이 사람 천재야.” 나도 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하며 맞장구를 쳤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생각해 했을까? 라는 놀라움과 토종 한국 사람이 어떻게 이런 글로벌 감각으로 Product 을 뽑아냈을까? 라는 놀라움이 겹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과 함께 함에 있어서 사업계획서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사업계획은 우리가 같이 만들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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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속으로 이 사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는데 더욱 놀라게 된것은 박남규 대표의 특이한 과거였다. 원래 IT, 개발, 디자인 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대학 전공은 토목이고, 첫 직장생활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토목사무소에서 시작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29살에 시작한 첫 창업 역시 토목과 지리에 관련된 사업이었다. 이렇게 첫 창업을 시작하고 4번의 사업에 계속 실패하며, 산더미같은 개인 빚을 쌓아올린 이야기는 1박2일짜리 이야기일테니 여기서는 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 모바일 앱 서비스 쪽으로 사업분야를 전환한 것이 6년전이 었는데, 개발도 디자인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하다보니 개발 용역 외주를 맡길수 밖에 없었고, 이 업계를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렇게 되면 일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이런 와중에 빚은 점점 더 쌓여갈수 밖에… (결국에는 오랜 세월의 시행착오 끝에 개발과 디자인도 독학으로 배워 직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우여곡절끝에 재정비하고 다시 시작한 가장 최근 사업이었던 카메라 앱 사업도 유료앱만으로 4백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유료앱 모델이 가지는 비지니스적 성장성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결국 박남규 대표는 수십군데의 VC(벤처캐피탈) 들을 만나본 후 그들과 자신의 Vision 이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의 상태에 빠졌다.

그날 미팅 이후, 우리는 박남규 대표와 빠르게 의기투합을 했다. 만드는 것을 즐기는 DNA 를 가진 우리와 박남규 대표가 마음이 통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와 문지원 대표는 박남규 대표와 술자리를 가진적이 있는데, ‘장인’ 박남규 대표는 RGB 색상 체계가 왜 잘못된 체계이고, 인간의 감각, 감성과 얼마나 동떨어진 체계인지 대한 이야기만 3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사람이며, 필터, 카메라, 화이트 밸런스와 같은 토픽에 대해서 밤새도록 쉬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박남규 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수있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나와 문대표 역시 16년전 첫 창업아이템이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였고, 게다가 문대표는 미술 전공자이니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어쨌든 박남규 대표와 우리는 유료앱을 팔아서 연명(?)하는 모델을 버리고,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거대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그려보자고 했다. 아이템도 비지니스 모델도 모두 처음부터 같이 머리 맞대고 고민해보자고 했고, 박남규 대표가 힘들게 운영해오던 사업은 더벤처스의 사내벤처로 전환하여, 더벤처스와 함께 처음부터 사업계획도 같이 하고, product 설계도 같이하고, 마케팅도 같이 하고 모든 것을 함께 하자는 비전을 세웠다. 그리고 9개월 동안의 정진끝에 첫 작품 9cam(나인캠) 을 내놓게 되었다.

9cam(나인캠)은 “막 찍어도 인생샷” 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카메라 앱이다. 그냥 대충 찍어도 무조건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뜻이다.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다. 실제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안다. 진짜라는 걸. 그리고 우리는 안다. ‘장인’이 만들어서 이런 카메라앱이 나올수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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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cam 은 아이폰에서만 런칭을 했는데 (안드로이드는 9월 출시예정) 출시하자마자, 일주일 이상 게임포함 한국 앱스토어 전체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박남규 대표와 더벤처스 마케팅 팀, 글로벌 팀, 디자인 팀 스태프들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첫번째 타깃으로 삼은 국가는 태국이었는데, 지난주 태국에서 포켓몬고와 나란히 태국 전체 최상위에 랭크되었다. 이때까지 한국과 태국 시장 마케팅에 지출한 마케팅 비용은 단 100만원. 스타트업의 숙명인 자린고비식 운영속에서도 사용자들의 사랑 덕분에 Retention (잔존율)이 매우 높아 DAU (일간 순 사용자) 는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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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cam 의 세계로 향한 대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박남규 대표와 더벤처스 스태프들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1위를 달성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있다. 항해의 과정에서 폭풍우와 비바람을 만나겠지만 그조차도 설레이는게 바로 어드벤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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