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규제를 깨고 우뚝 일어선 ‘헤이딜러’ 이야기

오늘 이야기는 내차팔기 역경매 서비스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PRND다. 내가 이 일을 해온 8년동안 40여개의 파트너사들과 함께 하면서 울고 웃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롤러코스터를 타지만 PRND 같은 드라마도 드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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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진우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어느 창업센터였는데, 학생신분이면서 중고차 딜러였던 박대표의 남다른 이력과 열정이 인상 깊었다. PRND라는 회사의 이름을 자동차 기어의 P(주차) R(후진) N(중립) D(주행)에서 따왔다는 것도 재기발랄했다. 허위매물, 강매 등 부작용이 많은 중고차 시장을 혁신해 보겠다는 굳은 의지와 열정에다가 재기발랄이라니 3박자를 다 갖춘 셈이었다. 내 ‘촉’이 나쁘지 않았는지 몇 달 후에 내가 더벤처스에 합류하고 보니 PRND가 먼저 더벤처스 패밀리가 되어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사진 몇 장과 클릭 몇 번이면 간단하게 타던 차를 팔 수 있고, 거기다 평균 80만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으니 헤이딜러의 화려한 성장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헤이딜러는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만에 거래액 300억 원을 넘기는 기염을 토하면서 내차팔기 서비스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가 되었다. 안목 좋은 많은 투자자들이 PRND에 관심을 보였고, 무리 없이 투자를 앞두고 있었다.

2015년 12월 28일. 이 날은 PRND 뿐만 아니라 더벤처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날은 국회에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가결된 날인데, 이날 부로 헤이딜러와 같은 온라인 자동차 판매 서비스는 불법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그날 통과된 개정안은 헤이딜러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도 오프라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영업장(3300㎡ 이상 주차장, 200㎡ 이상 경매공간)과 사무실 등 각종 공간을 확보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온라인 서비스가 드넓은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어야만 한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온라인 자동차 서비스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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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비스 시대에 안 맞는 법안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정부의 규제에 맞설 아무런 힘이 없었다. 하루 아침에 투자 유치는 보류됐다. 우리는 피와 땀으로 키운 서비스, 헤이딜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헤이딜러는 접고, 사업을 피벗하기로 하고, 눈물 속에서 헤이딜러 서비스를 종료했다. 15명에 달하던 직원들도 달랑 5명으로 줄었다. 중고차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박대표의 오랜 꿈도 꽃 피울 날을 눈 앞에 두고 접어야만 했다. 그때 박진우 대표와 더벤처스 식구들의 참담한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생생하다.

서비스를 닫고, 박대표도 우리도 며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온라인 서비스를 하려면 드넓은 주차장을 갖춰야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물류센터 없는 온라인 커머스는 모두 다 불법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우리는 한번 ‘해 보기로’ 했다. 규제에 맞설 힘은 없었지만, 우리한테는 ‘중고차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굳은 열정’이 있었고, 헤이딜러에 공감하는 수많은 사용자가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한테는 ‘이것은 불합리 하다’라는 변하지 않는 믿음이 있었다. 밤잠을 설치면서 아무리 꿀꺽 삼켜보아도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이 ‘믿음’을 우리는 밖으로 외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우리의 믿음에 공감해 주었다. 규제의 불합리를 다룬 보도와 SNS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온라인 버즈를 통해 공감하는 분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헤이딜러를 이용해 본 적이 없는 분들도 주무부서에 항의 전화와 항의글을 남기도 했다. 전문 교수님과 법률 전문가도 법안의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언론사들도 앞다퉈 이 사안을 심도 있게 다뤘다. 1월 한달 동안 ‘헤이딜러 사태’를 다루지 않은 언론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헤이딜러 사용자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는 SNS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스타트업계의 담을 넘어 온 나라로 확산되면서 상황은 달라져갔다. 국토부 장관께서 직접 박진우 대표를 초청해 서비스 재개를 위한 지원을 약속하셨고, 국토부 공무원 분들께서 PRND 사무실을 직접 찾아 오셨다. 국회에서도 토론회 등을 통해 PRND와 같은 온라인 사업자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결국 국토부가 법안 재개정 추진하고, 단속을 유예한다고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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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계속 됐다. 헤이딜러는 서비스를 닫은지 50여일만에 서비스를 다시 재개했다. 헤이딜러의 혁신성과 편리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고, 규제를 정면 돌파한 유일무이한 스타트업이라는 대중적인 ‘인기’마저 얻게 됐다. 맞다. 물론, 그 이밖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다. 오프라인 중고차 관계자들과 함께 자리한 중고차 시장 공청회에서 우리는 고성과 삿대질, 상의탈의(?)의 현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겁이 나기 보다는 중고차 시장은 정말 혁신이 필요한 곳이구나라는 확신을 굳히게 됐다.

불합리한 규제를 되돌렸던 PRND는 오늘도 중고차 시장의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profile_gilbert_mini길창군 디렉터는 현재 더벤처스에서 투자 심사를 비롯해 피투자사 보육, 후속 투자 유치, 대관, 성장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더벤처스 합류 이전에는 네오위즈 초기멤버로서 회사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 왔고 스타트업 투자 및 보육 업무를 주도하였습니다. 약 20년간 IT, 게임, 투자 업계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벤처스는 물론이고 피투자사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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